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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간의 탐험] 1. 스레드와 블로그를 찍먹해보자

디지털 노가다라는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다. 노하우 글들이 강조한 사람의 손길까지 자동화로 풀어 보려 했던 기록.

[두 달간의 탐험] 1. 스레드와 블로그를 찍먹해보자

2024년, 쉬면서 만난 AI

2024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음 회사에 가기 전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약 1년을 쉬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시기는 AI 생태계에서 꽤 중요한 변곡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다녔던 2022~2023년엔 GPT-3.5, GPT-4를 주로 썼는데요, 2024년에 주로 썼던 모델은 GPT-4o였고 그 외에도 GPT-o1, 클로드 소넷 3.5 등이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1년을 쉬고 다음 회사로 들어갔을 땐 일하는 방식이 꽤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 회사는 병원 쪽 CRM과 그 주변 일을 다루는 곳이었는데요. 예전에 같이 일하면서 좋았던 기억이 있어 다시 함께 일하고 싶던 지인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마침 회사 윗분들도 AI를 쓰는 데 아주 적극적이셨습니다. 덕분에 일하면서 AI를 정말 많이 써 보고, 또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많이 배웠습니다.

실컷 AI를 다루며 일하다가 회사를 나오고 나니, 문득 다른 쪽이 궁금해졌습니다. 사내에서 개발자들이 업무에 활용하는 방식 말고, 밖에서 보통 사람들이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AI 활용법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레드에서 본 ‘디지털 노가다’와 사람의 정성

그러다 스레드에서 ‘디지털 노가다’라는 말을 봤습니다. 내용을 찾아보니 흥미로운 게 많았습니다. AI로 쇼츠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매일 다이소나 올리브영에 가서 신상품 영상을 찍어 올리고, 블로그에 AI를 붙여서 글을 꾸준히 발행하는 일들이었습니다. 이미 오랫동안 시도해 보고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정리해 공유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글들을 하나씩 읽어보다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일을 먼저 겪어 본 분들은 다들 “사람이 손봐야 하는 부분은 확실히 있다”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매장에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마지막에 글을 자연스럽게 다듬고, 댓글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한편으로는 ‘진짜 이런 걸로 수익이 날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발자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선배들이 꼭 사람 손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 부분까지 자동화로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겁니다.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내 방식대로 한 번 부딪쳐 보고 싶었습니다. 한 달에 얼마를 벌겠다 같은 거창한 목표보다는 “전부 자동화로 돌려도 이게 될까”가 제일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작업 폴더 이름도 디지털 노가다의 앞 글자를 따서 ‘di-no’라고 지었습니다. 물론 이 분야에서 매일 꾸준히 땀 흘리며 진지하게 임하시는 분들만큼 깊게 파고들지도 못했고, 넓게 해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분들의 노력을 생각하면 제 시도는 아주 작은 실험에 불과했습니다.

내 방식대로 전부 자동화해 보기

제가 할 수 있는 개발 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AI가 알아서 돌아가도록 하나씩 만들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건 네이버 블로그였습니다. 9월 중순부터 두 곳의 블로그에 매일 자동으로 포스팅이 올라가게 해 두었습니다. 하나는 일상적인 살림 정보를 다루는 곳이었고, 다른 하나는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서 먹은 음식이나 식당 소식을 정리해 주는 곳이었습니다. 게시물만 올리는 게 아니라, 밤에는 그날 달린 댓글에 AI가 답글까지 달아주도록 연결해 두었습니다.

두 번째로 시도한 건 쇼핑 쇼츠였습니다. 상품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을 AI로 제작해서 유튜브 쇼츠와 틱톡, 인스타그램에 자동으로 업로드되게 만들었습니다. 영상 하나가 완성되면 세 곳으로 알아서 올라가는 구조였습니다.

세 번째는 스레드에서 많이들 하던 쿠팡 파트너스였습니다. 10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2주 동안, 하루에 세 개씩 상품 소개 글과 링크를 자동으로 올렸습니다. 이건 시작할 때 목표를 미리 적어 두었습니다. “2주 동안 쿠팡 링크 클릭 30번.” 큰 수익을 바란 게 아니라, 2주간 하루에 두 번 정도만 누군가 눌러줘도 조금 더 해 볼 만하겠다고 생각해서 정한 숫자였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를 만들어 돌려놓고, 과연 사람의 개입을 다 뺀 자동화 장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다려 보았습니다.

2주 뒤에 마주한 숫자들

시간이 흘러 10월 말이 되었고, 그동안 쌓인 기록들을 하나씩 열어봤습니다.

먼저 목표를 적어 두었던 스레드 쿠팡부터 확인했습니다. 2주 동안 하루 세 개씩 게시물이 올라갔는데요. 목표였던 클릭 30번에 실제 클릭은 딱 2번이었습니다. 주문은 0건이었고, 번 돈도 0원이었습니다. 계정을 찾아온 팔로워도 0명이었습니다.

쇼츠 영상을 올렸던 곳들도 비슷했습니다. 유튜브 쇼츠 채널은 구독자가 1명 생겼고, 틱톡도 팔로워가 1명이었습니다. 틱톡은 조회수가 나오는 모양이 조금 특이했는데요. 처음 올린 영상 열 개 남짓은 조회수가 전부 0회였습니다. 그러다 그다음 영상부터는 숫자가 올라가더니 100회쯤에서 멈췄습니다. 올리는 것마다 100회 근처에서 멈추는데, 왜 처음엔 0회였고 왜 100회에서 멈췄는지는 지금도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아예 결과를 보지도 못했습니다. 반응이 어떤가 하고 나중에 확인하려고 들어갔더니 계정이 정지돼 있었습니다. 언제, 왜 정지가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9월 중순부터 제일 오래 돌렸던 블로그 두 개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하루에 찾아오는 방문자가 두 자릿수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블로그로 수익을 내려면 네이버 광고인 애드포스트를 달아야 하는데요, 신청해 봤더니 방문자가 부족하다고 보류가 됐습니다. 결국 여기서 번 돈도 0원이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AI로만 쓴 글은 저품질로 분류되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보였습니다. 제 계정이 정말 그래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결과는 그랬습니다.

그나마 사람들이 찾아왔던 건 연예인 음식 블로그였습니다. 평소에는 조용하다가도, 어떤 연예인이 방송에 나온 직후에는 사람들이 그 음식을 검색해서 들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방송 직후에 타이밍이 맞은 글 몇 편에만 반응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쇼핑 글과 영상에 쓴 AI 비용은 커피 몇 잔 값이었고, 결과적으로 손에 쥔 돈은 0원이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다

10월 말에 이 숫자들을 확인하고 나서, 스레드 쿠팡과 쇼핑 쇼츠는 바로 멈추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2주 동안 클릭 30번” 같은 목표를 미리 적어 둔 게 참 다행이었습니다. 그 기준이 없었으면 만든 게 아까워서 시간과 마음을 더 썼을지도 모릅니다. 미리 정해 둔 기준이 눈앞에 있으니 담담하게 멈출 수 있었습니다. 다만 블로그는 돌아가는 데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서, 11월에 애드포스트 재심사를 받을 때까지만 두기로 했습니다.

몸소 부딪쳐 보고 나니, 처음 찾아봤던 노하우 글들의 이야기가 맞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지막 단계에는 결국 사람의 손길, 즉 휴먼 터치가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앞서 해 본 분들이 왜 매장에 가고, 글을 다듬고, 댓글을 다는 일을 강조했는지 제가 겪어 보고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문득 피터 틸의 책 『제로 투 원』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그 책에서도 컴퓨터는 인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돕는 도구라고 말합니다. 페이팔도 처음에는 사기 거래를 컴퓨터만으로 막으려다가 잘 안 돼서, 기계가 수상한 거래를 골라 주면 사람이 마지막에 판단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가 해 본 작은 실험도 똑같았습니다. AI 덕분에 글이나 영상을 만드는 일 자체는 아주 쉬워졌지만, 결국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클릭을 끌어내는 마지막 한 끗은 사람의 정성에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발품을 팔고 글을 다듬으며 이 일을 꾸준히 해 나가시는 분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전부 자동화로만 풀어보려 했던 제 방법은 틀렸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비슷한 시도를 해 보려는 분이 계신다면, 저처럼 모든 걸 기계에 맡기는 방식 말고 본인의 정성과 손길을 더하는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비록 수익은 0원이었지만, 부딪쳐 보며 소중한 것을 배웠습니다. 내 손으로 디테일을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봐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제가 더 관심을 갖고 하나하나 디테일을 직접 잡을 수 있는 게임 만들기 쪽으로 가 보기로 했습니다.


상단 사진: ritesh singh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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